개회식조차 하지 못한 국회가 3주째 공전 중이지만 여야는 19일에도 어지러운 공방만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에게 조건없는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원 김모(필명 드루킹)씨의 댓글공작 의혹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앞세워 국회 천막농성과 장외투쟁을 지속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드루킹 사건에 대해선 수사기관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첨예한 쟁점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며 정작 국회로 공이 넘어온 헌법개정 논의를 포함해 국민투표법 개정, 추가경정예산 심사 등 입법부 본연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사실 이번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개정에 대한 보수야당의 거센 압박으로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4월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이번 회기 내 방송법 처리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애초 방송법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 의혹을 놓고 야당이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며 본격적인 경색 국면이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김 전 원장 거취에 설상가상으로 ‘드루킹 사건’이 터지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의 전제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야당의 조건없는 국회복귀를 호소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잇단 돌발 변수로 공세의 주도권을 쥔 자유한국당은 두 사건을 싸잡아 공격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6월 지방선거까지 몰고 갈 기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민주당은 야당을 국회로 불러올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 번 못한 채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이낙연 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청취를 위한 본회의 개회가 불발된 데 이어 10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대정부 질문도 무산됐다.
임시국회 공전과 맞물려 개헌 협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총리 선출 문제에 대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총리 임명 절차를 현행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총리 선출권을 가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민생법안이 소관 상임위나 법사위에 묶여 있다. 소상인들의 권리금 보호 범위를 전통시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미세먼지 관련법,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관련법 등이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방송법이 중요한 법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이 임시국회를 ‘올스톱’시킬 만큼 시급한 법안인지는 의문이 든다. 여야는 방송법 문제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에 좀 더 진전된 입장을 제시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야당 역시 일련의 사태를 빌미로 국회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야 모두 과반 의석을 점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라도일보 jlilbo@jl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