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스승의 날 행사 모습이 크게 바뀌고 있다.

14일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과거 학생들이 스승에게 보은(報恩)하는 날에서 이제는 장학사와 교사들이 학생들을 한 번 더 챙기는 날로 바뀌는 분위기다. 일부 학교는 카네이션이나 선물, 행사 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재량휴업을 하기도 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스승의 고마움을 새기고 사제의 정을 나눈다는 취지가 퇴색해 가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앞서 지난달 19일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에 따른 ‘스승의날 카네이션 논란’에 대해 “담임교사에게 카네이션 선물은 학생대표만 가능하고, 캔커피 등 금액과 상관 없이 어떤 경우에도 학생이 교사에게 선물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박 위원장은 특히 “교사와 학생, 학부형의 관계는 상시적 평가 관계에 있다”면서 “업무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캔커피나 카네이션은 일절 허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액이 적어도 촌지다. 촌지는 단돈 1천 원도 허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권익위도 ‘학생대표가 스승의날에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은 청탁금지법이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하는 금품에 해당하지만 학생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은 단 한 송이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스승의날 아예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을 금지하거나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제자가 몰래 책상 위에 두고 간 꽃 한 송이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한 고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는 거의 사라졌다”면서 “스승의 날 표창을 받는 교사에게는 동료 교사나 장학사들이 꽃다발을 주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목포 신도심의 한 중학교 교사도 “예전에는 학생회에서 꽃을 준비해 달아주기도 했으나 청탁금지법 시행 후 대부분 학교에서 그런 행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스승의날에 학부모가 찾아오면 혹여 선물을 들고 오지 않았나 불안해 교문에서부터 막고 돌려보낸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국의 혹독한 조치에 대해 반발도 적지 않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꽃·케이크·기프티콘 등 금액과 상관없이 어떤 선물도 안 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지만 1년중 단 하루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죄(?)가 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사라지고 교권 침해가 비일비재하면서 차라리 스승의날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20일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 1만여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한 청원자는 “어떤 교사가 꽃을 받고 싶다고 했나. 국민권익위원장이 한 쪽만 편들어 교사들의 자존감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정부와 우리 사회 인식은 ‘촌지나 받는 무능한 교사’라는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포상과 기념식 등 행사로만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zkj0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