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소득 양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양극화는 사회안정을 해치고,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각종 정책을 펼쳤다. 빈곤층의 수입을 높여 부유층과 소득 격차를 줄이고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이론을 내세우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나누기 등 여러 정책들을 밀어부쳤다.

그러데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한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기는커녕 그들의 일자리와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감소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명목소득은 128만7천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은 1천15만2천원으로 9% 늘었다. 소득 격차가 이전보다 커진 것이다.

물론 소득주도 정책이 이런 양극화 확대의 주범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다. 소득분배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구체적인 성과창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가 엉뚱한 방법으로 구태의연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접근은 심히 우려스럽다. 물론 취업절벽에 내몰려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청년들의 절망을 최소화하고, 늘어나는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체적 정책들은 해서는 안 될 비효율적인 것만 골라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접근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경제와 복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복지 개념으로 경제정책을 펼쳐 다양한 형태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과 일자리창출정책, 그리고 최저임금정책이다.

취약계층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지 기업의 의무는 아니다. 정부는 납세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과 고소득층으로부터 적정 수준의 세금을 거둬 마련한 재원으로 저임금 노동자뿐만 아니라 실업자들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기업에게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도록 부담을 덧씌우는 행위는 공산주의에서도 볼 수 없는 행태다.

모든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복지정책이 정부의 고유한 의무이듯, 경제정책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주체들의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정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가령 중소기업정책은 기술적 잠재력을 갖춘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것이다. 그냥 중소기업이면 무조건 묻지마 지원을 제공할 경우 예산만 헛되이 낭비할 뿐이다.

최저임금 역시 무작정 목표를 정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인상을 밀어부치는 행태는 정부 의무를 기업에 전가하는 비겁한 정책이다.

기존 공급 주도 성장의 출발점이 기업과 산업이라면 소득 주도 성장의 출발점은 가계와 소득이다. 가계 소득이 증가하면 시장이 커지고 이것이 기업의 이익으로 가면서 그동안 경제학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분배와 성장이 같이 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물론 기존의 공급 주도 성장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프레임을 도입했고, 갖가지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1년이 훨씬 넘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가계 소득 격차는 역대 최악으로 벌어졌고 고용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경기 상황은 정부와 여당 안에서조차 침체 국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사기’라고 비난한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왔으면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아니면 빨리 방향 전환을 하는게 정상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괜찮아지니까 더 두고 보자는 식의 답변은 그저 변명으로 들린다. 자꾸 변명을 늘어놓으면 시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공급 주도 정책이건 소득 주도 정책이건 시장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발전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직 이론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성급한 측면도 있으나 최소한 성장과 분배 지표가 더 악화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론과 현실이 무조건 일치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부디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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