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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1(금) 15:01
  • 이정랑의 고전탐구◎용이시지불용(用而示之不用)
  • 쓸 수 있으나 쓸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 2020년 07월 06일(월) 05:51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평론가. 칼럼니스트
『손자병법』 「계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용병의 기본 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용병은 적을 속이는 ‘궤도‘다. 그런 까닭에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쓸 수 있으면서도 쓸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가까운 곳을 노리고 있으면서 먼 곳에 뜻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가까운 곳에 뜻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 적에게 이익을 줄 것처럼 유인해 끌어내고, 적을 혼란시켜놓고 공격한다. 적의 병력이 건실하면 내 쪽에서는 태세를 정돈하여 대비하고, 적이 강하면자중하며 정면충돌을 피한다. 적을 화나게 만들어 어지럽히고, 저자세를 취하여 교만하게 만든다. 적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집적거려서 피곤하게 만들고, 적이 서로 친밀하면 이간시켜야 한다.

이 책략의 요점은 이렇다. 공격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일부러 공격하지 못하는 척한다. 어떤 계략을 쓰려고 하면서 일부러 쓰지 않을 것처럼 또는 쓸 수 없는 것처럼 가장하여 적을 현혹하고, 그 틈을 엿보아 행동을 취한다. 『고시원 古詩源』에 보면 “날려면 날개를 접어야 하고, 달리려면 다리를 구부려야 한다. 잡아서 물려면 움켜쥐어야 하고, 꾸미려면 바탕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용병에 능한 자는 계략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자신의 의도 때문에 여러 사람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용이시지불용’의 목적은 상대방으로 하여 나를 의심하지 않게 하여 나에 대한 대비를 갖추지 않도록 해놓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불시에 기습을 가하는 데 있다. ‘용이시지불용’의 구체적 형식은 복합적이다. 정책 결정자는 시기‧흐름‧적의 상황에 따라 이 계략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시지불용‘은 ‘용(用)’을 위한 것이요, 적이 방비가 없는 때와 장소를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1941년, 일본 해군 함대는 태평양 미군 함대 기지인 진주만을 기습하면서 일련의 위장전술을 펼쳤다. 호화 유람선 ‘다쓰다마루(龍田丸)’를 미국으로 보내 교포들을 철수시키고, 해군 사관학교 생도 3백 명을 함대 수병으로 복무시켜 12월 5일과 6일 이틀간 유람케 하면서 함대가 항구에 정박해있는 것처럼 가짜 무전을 쳐서 미국 정보원들을 속였다.

이런 보기들은 모두 ‘용이시지불용’의 구체적인 운용이었다. 지휘관은 전쟁과 관련한 각종 상황, 특히 적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분석하여 본질을 발견하되, 적의 어떤 행동을 다른 행동들과 떼어놓고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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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 j64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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